-1 움직이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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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솔직히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숨을 쉬는게 살아가는 것. 나는 숨을 쉬고 있으니 살아가고있다. 살아가고는 있다. 그런데 숨을 죽인다. 숨을 죽인다는 것은 나는 살고있지 않다라는 것. 곧, 나는 죽었다는 것. 나는 죽어가고 있다.


누가 깨워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눈이 떠지는 것이다. 눈 뜨는 것이 싫지 않다. 아침이 오는 것이 싫지 않다. 그렇다고 눈 뜨것이, 아침이 오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학교를 가야하기 때문에 나는 눈을 뜬다. 더 큰 이유는 H의 소리를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조용히 눈을 뜨고 조용히 씻고 조용히 밥을 먹고 조용히 자리를 떠난다. 다행이다. 오늘은 어젯밤의 술로 곤히 자고 있다. 아침이, 하루가, 매일매일이 이러했으면 좋겠다, H가 곤히 잠을 자고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학교로 간다.
학교의 공기는 다르다. H가 없는 곳이라서 그런지 집에서의 무거운 공기와는 다르게 가볍다. 한시간, 두시간, 세시간,.. 시간이 흐르면서 불안은 조금씩 커져간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탓하는 원망의 소리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H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아직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혹시나,라는 괜한 기대감과 함께 무겁게 나아간다. 대문이 보이고 대문이 내 앞에 있고 난 그문을 열고 들어간다. 무거운 공기가 나를 짓누른다. 발걸음을 죽인다. 동시에 숨소리도 죽인다. 내가 살아 있다는것을 죽인다.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구두가 현관문 앞에 놓여져 있다. H가 집에 있다는 증거다. 이때까지도 나는 괜한 기대감을 유지하고 있다. 현관문을 열고 감정없는 인사를 한다. "다녀왔습니다." "왔냐, 밥먹어." 라디오에서 두명의 DJ가 주고 받는 말이 맴도는 방에서 H는 거울을 보며 흰머리를 뽑고있다. 나이가 하나, 둘 먹는 것에 예민한 반응인건가, 거슬리나 보다. 가방을 내려놓고 조용히 밥을 먹을려고 부엌으로 간다. 그래도 완전히 나쁜 사람은 아니다. 밥을 한그릇 퍼준다. 수북한 밥. 이것은 애정이라 생각한다. 완전히 내가 미운것은 아닌가보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완전한 미움을 받고있지 않다. 이렇게 오늘 하루 단정을 짓고 계속해서 숨을 죽인다.
 
오늘 하루, 일이 없다. 다소 심심할수도 있겠지만 다행인것이다. 오늘은 다행스러운 하루다.